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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거 끄적끄적

SF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를 읽고

인간의 손에 길러진 원숭이는 간단히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정상적인 원숭이 무리에서 자란 개체는 신호를 보내는 수준에 그친다. 음성을 통하지는 않아도 사물이나 수화를 섞어 쓰면서 문장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인간속에서 교육받은 원숭이는 사람과 질문 답변의 소통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애완동물이 놀라운 소통 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인간 간에도 소통하기 힘든데 인간은 동물과도 소통하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애완동물을 애지중지 키운다. 대부분의 부모는 정성을 다해 자식을 키운다. 특히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아기들과 정서적 공감과 감정의 공유를 통해서 친밀감을 유지하고 희생을 감수 하기도 한다. 소수의 무책임한 부모를 제외하고 자식이 홀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자식을 볼본다. 직접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유대관계는 쉽게 볼 수 있으며 친척들과 친구와의 관계와 소통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애착관계는 소통을 만들고 소통을 통해서 감정의 교류가 가능하다. 서로간의 좋은 경험은 서로의 공감능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감정을 기억으로 남긴다.


영화 <컨택트>의 원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인간과는 다른 인식체계를 가진 외계인이라는 멋진 상상력을 보여준 원작자 ‘테드 창’의 다른 작품을 읽었다. 생물학적 유전자를 흉내내어 만들었고 사람들의 표정과 말과 반응을 통해서 배우는 인공지능 디지언트가 등장하는 SF 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이하 <생애주기>)이다. 디저언트는 많이 똑똑한 애완동물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자연과학 ‘언어가 사유를 지배하는가?”에 관한 상상력을 보었다면 <생애주기>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감정을 교류하는 정도에 따라서 대상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서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다양함을 보여준다.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알파고 이후 두려움과 윤리적 의문의 대상이 된 인공지능은 이제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20년 내에 인간은 ‘약인공지능’에게 직업 절반을 뺏긴다고 한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흉내내는 ‘강인공지능’의 등장은 알수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선다. 인간이 멸종될지도 모를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냉혹한 ‘스카이넷’류의 인공지능이 등장은 SF에서는 너무 식상하다. 이제 실제상황을 걱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을 사람으로 인식하지만 인간에게 착취만 당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얘기도 너무 쉽게 철학적 이야기로 빠져서 실증나기도 한다.


쉽게 입양되는 애완동물과 생명을 돌본다는 의무감을 견디지 못해 버리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라주지 않는 아이들을 강압하는 어른들, 자식을 한없이 보호해야할 존재로 여기고 믿어주지 못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인공지능을 대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심지어 악한 인간은 약한 존재를 신체적으로 학대하고 성적대상으로 까지 다루지만 다행히 우리의 인공지능 디지언트는 고통이 자동으로 차단이 된다. <생애주기>는 인공지능을 빌어서 인간의 얘기를 하고 있다. 즉, 이 소설의 특별함은 전형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시각으로 인공지능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유전자, 사고의 정교함, 자아인식하는 능력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공감하고 정서를 나누는 타인으로 자신을 규정할 때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된다.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타인은 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상의 존재가 대상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인지하는 내가 대상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생애주기>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공감하고 서로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