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읽히는 책임에도 동시에 여러 권 읽다 보니 일주일은 걸린 것 같다. 약간의 번역체를 제외하면 수월하게 읽히는 편이다. 의식적으로 번역체에 대해서 찾아보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바도 없지 않다. 미니멀 라이프 서적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가 있다. 첫번 째는 '효과'를 강조하는 부류로 한국 저자의 책이다. "깔끔하게 유지한다", "돈을 절약한다" 심지어는 "부자가 될 수 있다"를 강조한다. 두 번째는 '형식'을 강조한다. 저자가 주로 일본 사람인 경우가 많다. 세세하게 방법을 설명하고 물건의 종류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작부터 끝까지 설명한다. 매뉴얼의 나라답다. 서구권의 도서들에서 나타나는 세 번째 부류는 '정신'을 강조한다. 형식이나 결과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그들은 "왜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하는가"에 집중한다. 정신적인 면은 동양에서 강조할 것 같은데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는 중요한 것을 먼저 챙기고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이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가치를 먼저 선택해고 왜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하게 됐는지 생각하라고 얘기한다. 한국의 미니멀 라이프 서적이 What? 에 집중하고, 일본이 How? 에 집중하는 반면 Why? 에 집중한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철학은 나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모든 생각은 Why에 대한 답이다. Why가 있어야 What있고 How가 뒤따라 나온다. 그리고 Why에 대한 답이어야 끝까지 지속할 동기가 되어 지치지 않는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가치가 있어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목표가 힘겨울 때 가치를 생각해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한가지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모든 게 잘 흘러갈 리도 없고 지치는 순간이 안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며, 무의식적 행동이 아닌 의식적인 노력으로 다시 에너지를 얻으라고 한다. 명상으로 따지면 알아차림과 깨어있음이고 행동 경제학으로 따지면 시스템 2에 해당한다. ¹ 많이 알려지다시피 쇼핑은 일종의 감정회피 수단이다. 음식을 먹는 행동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구입하는 행동은 힘든 마음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는지는 경우가 많다. 이 보상 행동을 의식하고 인정하는데서 시작해서 좀더 소비를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다.
물건이나 집을 정리하는 방법은 가이드라인 형식만을 다룬다. 사람마다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기준으로 생각해볼 것을 이야기한다.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라는 일본류의 엄격함은 없다. 오히려 너무 철저하게 지키려다가는 쉽게 지치고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다이어트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의 형식에 집중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요요가 온다. 무엇을 먹는지 내가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에 앞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나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 바탕에서 시작해야 지속해 나갈 수 있다. 한 번 치팅을 해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해나갈 수 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중요한 원인은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설정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격하게 실행하면서 너무 큰 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정신적, 감정적, 물리적 잡동사니를 처리하는 법 모두 언급한다. 직장에서의 업무와 인간관계, 가정의 물건뿐 생활의 원칙, 정리하는데 시간을 들이는 게 아닌 얻은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더불어 친구와 SNS까지 좀 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물론 미니멀 라이프의 겉모습은 물질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지만 자신의 중요한 가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모든 것으로 확장할 수 있다. 먹고, 쓰고, 보고, 생각하고 어울리는 모든 것이 내 가치와 맞는지 그리고 중요한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버리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이기 때문이다.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서적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하다. 더군다나 미니멀 라이프가 내게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인가를 고민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형식적인 도움을 받기 위한다면 일본 서적이나 한국 서적이 낫다고 본다.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라는 형식을 빌려서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1. 데니얼 커더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의하면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와 리처드 웨스트가 처음 제안한 용어로 시스템 1은 저절로 빠르게 작동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신 체계이고, 시스템 2는 복잡한 계산을 비롯해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을 말한다. 시스템 1은 습관에 해당하고, 시스템 2는 주관적 행위, 선택, 집중과 같은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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