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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거 끄적끄적

명상과 미니멀 라이프의 공통점

명상이 인기다. 외국에서 나온 자기 계발서에서는 해야 되는 필수요소로 자주 소개된다. '마음챙김' (mindfulness)이라 불리며 미국에서만 천만명 정도가 명상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명상은 한국 선불교 계열 절에서 수련하던 미국인 의사가 종교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시행하고 보급했다. 마음도 근육처럼 훈련을 해야 강해진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아주 작은 집중부터 시작해서, 의식적으로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집착과 생각들을 놓는 연습을 한다. 책과 인터넷 정보를 보면 명상은 기본적으로 내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림"을 훈련한다.

 

미니멀 라이프도 많이 관심받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게 되는 원인은 우선 물건에 치이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한 물건들이 오히려 주인 위에 군림하는 느낌까지 든다. "미니멀리스트"라는 용어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디머스라는 두 청년이 물건을 버리는 프로젝트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동서양에서 승려들이 청빈하고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면서 마음을 수행하는 방법은 계속 있었다. 팟캐스트와 TED의 인기로 두 젊은이의 시도가 관심을 받고, 동시에 일본에서도 수행승 모방과 정리의 화두가 2009년 정도부터 붐을 이루어서 중요한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본디 청소를 못하는, 정리 불가능자로 살고 있기도 하고 어지럽혀진 집안에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아주 크게 관심을 같지는 않았다. 대신에 미니멀한 삶의 근본적인 면에는 생각을 동조하는 편이다. 그 근본은 사는 물건을, 혹은 물건을 사는 행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이다. 필요한 물건은 사야 한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사게 되는 물건이며, 생각 없이 물건을 대하는 삶의 자세를 생각해 보자는데 동의한다.

SNS 덕분인지 이러한 두 가지 라이프 스타일은 패션처럼 취급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패션처럼 혹은 형식에 얽매여서 삶을 옭아매는 건 오히려 역효과 같다. 대신에 삶의 방식을 수정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시도해볼 만한 라이프 스타일인 것 같다. 그만큼 두 가지 삶의 방식은 거침없이 뛰어온 사람들이나, 상업주의에 치인 사람들이 갖는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다.

 

"알아차림"의 측면이 모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명상과 미니멀 라이프는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낀다. 모든 행동은 마음에서 나온다. 마음에서 습관적으로 연상하면서 왜곡되는 인지, 정서, 지각의 관찰이 명상의 시작이다. 생각이 변함을 알아채는 연습을 함으로써, 왜곡되는 내 생각을 알고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또 마음이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혹은 물건을 바라볼 때 "진짜로 필요해서 사려는 걸까?" 혹은 "필요한 물건인가?"를 알아차리고 필요한 물건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미니멀 라이프다. 즉, 나의 생각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혹은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상을 깊게 하지도,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는 루틴을 하고, 방안을 잠깐 치우면서 한 번 훑어보고 저 물건이 필요한가? 생각을 한번 해본다. 영 쓴 적이 없으면 버리거나 재활용 통에 넣는다. 씻기를 끝내고는 의자에 앉아서 5분 정도 눈을 감고, 나의 숨쉬기 혹은 몸의 감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해본다. 굉장한 효과를 거두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음이 편하고 다른 일들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예를 들어해야 할 일을 미루는 버릇이 조금 개선됐고, 집중이 더 잘된다.

 

나이 들어가지만, 삶에는 아직 더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둘씩 다시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