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변한다. 더군다나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이가 들면 몸도, 마음도, 나 이외의 세상도 같이 변한다. 늙어가는 거다. 그리고 30, 40, 50 같이 딱 떨어지는 나이가 되면 시간의 흐름은 더 큰 의미가 된다. 호르몬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호르몬이 10 단위에 맞추어서 분출될리는 없잖은가. 사람은 생각의 동물이고 사고의 흐름과 떨어지는 숫자는 묘한 공명을 일으킨다. 부쩍 상가에 갈 일이 많아지거나 아이들이 더 이상 살갑게 대하지 않거나 심지어 더 이상 걸그룹 노래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면 주위를 둘러보게 되어있다. 그 변화와 더불어 인간의 영원한 운명이자 공포인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열에 아홉은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관해 고민한다.
그리고 변화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런데 무엇을 변화시킨단 말인가. 꾸준히 생각해온 사람이라면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감정의 요동은 혼돈스럽게 한다. 모든 삶에는 결핍이 있고, 그 부족함을 늘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크게 느끼는 이들은 오래 고민하고 선택지를 마련해 놓은 이들이다. 그렇지 못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결핍의 원인은 내가 걷지 않는 길에 대한 그리움이고 선택한 삶에 대한 후회며 대부분은 이 두가지가 묘하게 섞여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찬찬히 훑어보고 내가 그리워했던 사건, 물건, 사람 등의 추억을 되짚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 삶을 자세하게 되짚어보면서 선택과 선택하지 못했던 결정들을 기록하고 눈에 띄는 희로애락의 감정의 순간들을 적어 내려가야 한다. 변화를 결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는 것은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사람의 기억은 의외로 정확하지 못하다. 하지만, 감정은 정확하다. 감정의 순간을 위주로, 선택의 순간들을 겹쳐본다. 그리고 부족한 것 같은 선택의 결과로 흘러온 나의 지난날들과 추가된 사항으로 떠오르는 감정들까지 모조리 적는다. 몇 번을 곱씹으면서 더 자세한 기억과 감정을 덧붙인다. 시간을 두고 다시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된다. 구체적인 감정이 떠오르지 않아도, 감각은 떠오른다. 밝고, 어둡고, 차갑고, 따뜻하고, 시끄럽고, 갑자기 조용해지는 느낌의 기억들일 거다. 이런 감각의 느낌도 감정 대신에 적어놓을 만하다.
인간은 패턴 기계다. 데이터가 있으면 분류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의미가 없는 데이터에서도 의미를 찾고 해석하려는 게 인간의 특징이다. 오죽하면 로또번호 예측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까지 있겠는가. 이제 수많은 기억들의 뭉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그 기억의 더미에서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뽑아내면 된다. 그리고 그 가치로 어떻게 삶을 변화시킬 선택을 할지 생각한다. 물론 변화를 결심이 앞으로 또 다른 후회나 아쉬움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삶은 일회용이고 미래의 결핍을 만들지 않는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했다는 사실과 삶에 변화를 주기로 한 것은 별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작은 변화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가치의 발견은 최소한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 있는 그리움을 발견하는 일이 될 수는 있다.
이제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았다면, 어떻게 중요한 것을 얻을지 생각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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