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도 불이 않꺼지는 ’구로등대’ 넷마블이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돌연사 및 자살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넷마블이 일하는 문화 개선을 위해서 취한 조치이다. 한 때 업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좋은 사건 이후에 마지못해 취하는 제스쳐가 아니길 바란다. 나도 구세대인 만큼 업계에 있을 때 ‘열심히’를 미덕으로 알고 지냈다. 지금은 많이 후회된다.
게임을 만들면서 공부한 몇가지 중에 ‘행복’에 관한 연구들이 있다. 유저의 기본적인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심리학을 조금은 공부해야 하는데 게슈탈트 심리학이나 인지편향, 넛지효과들을 읊을 수 있으면 된다. 게임업계에서는 누구나 읽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재미이론’과 게임기획을 하는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분야가 미하이 칙센미하이의 ‘몰입’과 같은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이 널리 알려지면서 심리적 병증을 다루는 심리학에서 불행한 사람들을 구원하고 나아가 보통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요소에 관해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심리학에서는 행복, 즐거움 단어를 명확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크게 게의치 않겠다.
긍정심리학에 의하면 행복한 생활의 3요소는 ‘즐거움Pleasure’, ‘몰입Flow이 필요한 일상의 관여Engagement’, ‘의미Meaning’으로 압축된다. 즐거움은 유쾌한 활동, 유머 등 긍정적인 감정에서 얻어진다. 몰입은 일, 생활, 사랑, 취미 등 일반 생활에서 관여된 것에 집중하는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얻어진다. 의미는 영적인 의미로 큰 뜻을 위한 삶과 봉사 같은 것에 의해 얻어진다. 세 가지를 완전하게 분리해서 생각하기 애매하고 복합적인 상황도 있다. 인생에 이 3요소들이 골고루 관여하면 ‘행복’ 혹은 ‘충만’한 삶이라고 느낀다. 즐거움은 단독으로 큰 행복을 주지는 못하며 관여와 의미가 있는 삶에 추가되었을 때 의미를 갖는다.
그 이외에도 고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욕구가 만족될 때 행복을 느낀다는 욕구단계 이론도 있다. 아마도 인센티브같은 제도가 욕구 만족 이론으로 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놀이의 즐거움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경영에 이론을 접목시켜 업무를 즐거운 일로 생각하게 하는 시도도 있다. 목표지향적인 욕구만족 이론이 생각만큼 잘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밖에 사람들의 능률을 올리고 행복하게 일하고 공부하도록 해주겠다는 자기계발 서적이 넘쳐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으로 자기계발서적의 종류가 많다. 왜 그럴까? 일하는 것은 재미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여를 받는 일은 재미없다. 일이 즐겁고, 집중할 수 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에서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첨단을 달린다는 IT분야의 게임개발 업체에서는 아직도 야근과 주말근무,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해서 연속 30시간 이상 씩의 근무가 일어나고 있다. 아마도 대표와 임원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일했던 간부들에게는 밤샘근무와 밤샘연구의 전통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대학과 기업의 연구실은 아직 비슷한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구성원들도 불만이 크지 않다. 대부분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스펙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는 많이 힘들어 한다. 이런경우를 제외하면 연구와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이다.
처음 연구실을 나와서 병역특례로 입사를 해서 느낀 것은 돈안받고도 밤새 재밌게 할일을 하는데 돈을 준다는 신기함이었다. 기업의 창업 초창기 멤버는 재미있어서 밤샘하던 부류여서 회사가 커진 후에도 같은 분야의 근로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한다. 하지만 창업 멤버는 노동력을 자본으로 투자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일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해서 일할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다. 자본으로서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한 사람들과 노동력을 제공해서 급여를 받는 사람들은 명백히 다르다. 후 자에게는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적고 재미있거나 의미가 있어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관행이라는 이유를 붙일 수가 없는 이유다.
긍정심리학에 관한 TED 강의를 보면 긍정심리학이 얘기하는 행복을 줄 수 있는 분야로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이 언급된다. 공교롭게도 게임은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총아다.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이 가져다 주는 행복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해당된다. 가장 인간을 행복하게 할 가능성이 큰 ‘게임’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삶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게임업계는 그래도 개선의 가능성이 크다. 비교적 게임을 사랑해서 업계에 유입된 인원이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시민들, 특히 아이들이 행복을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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