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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끄적끄적

개 식용의 문제는 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대권 예비 후보의 개식용 발언이 시끄럽다. 식용으로 삼는 개가 따로 있다. 개를 먹는 것은 우리 전통이다. 아니다 너무 야만스럽다는 얘기까지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다. 개가 반려동물이고 개에게도 감정이 있거나 친구이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고, 개를 도살하는 방법의 불법성과 비인간성의 문제를 문제 삼기도 하고, 혹자는 우리 전통이 개를 가축으로 생각했으니 우리 문화를 서양문화에 빗대어 강요하지 말라고도 한다. 

 

사람은 개에게도 감정이입을 하는 존재

 

문화의 문제에 있어서 현재의 한국문화는 한국 고유의 문화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가 섞여있다. 한국이 글로벌 국가이기도 하고, 전통이 남아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전 세계 동시에 영화가 개봉하고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쪽 일에 간여하고 살필 수도 있는 세상에 문화의 다르다는 이야기는 진부하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개를 가축으로 삼던 시절과 지금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개가 감정을 가지고 있냐는 문제로 개식용 찬성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만이 인식과 감정의 동물이고 개와 동물은 감정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개나 동물이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뇌과학적에서는 동물은 인지 기억이 없이 감각 기억만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설령 개에게 감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람의 문제다. 사람은 개가 아니라 사물에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존재다. 얼마 전에 로봇을 손으로 쓰러뜨렸다고, 일부 언론에게 몰아세우던 대선 후보의 모습은 사람들이 사물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 해프닝이다.

 

어렸을 때에 나에게 개의 이미지는 집을 지키면서 골목을 걸는 사람에게 사납게 짖어대기만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만한 덩치에 어린아이처럼 사람을 졸졸 쫓아다니는 리트리버가 떠오른다. 이제 반려견들은 쉽게 볼 수 있고, 친숙하고 귀엽다. 개가 감정이 있던 없던 상관없이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는 그런 행동을 하면서 종을 번식하는 존재가 되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기르는 반려견이 아니라 일반적인 개의 전형은 한 없이 착하고, 사람을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리트리버나, 새침하고 꽁하지만 자기 반려인한테 쪼르르 달려가는 마르티스, 어딘지 모르게 의젓하지만 시크하고 츤데레 갖은 진돗개다. 

 

개는 대표적인 길들여진 사람에 의존하는 동물

 

우리가 개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우리에 갇혀서 길러진 개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일으키지 않을 리가 없다. 당연히 개를 학대하고 도살하고 하는 행위는 수많은 개에게 감정 이입된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행위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현시대의 보편적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식용개'와 '반려견'의 구분을 얼마나 뒤떨어진 생각으로 여길지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