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화내용의 일부라도 알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읽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Louis, are you dreaming the language?”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꿈(?)꾸는 해당 언어로 꿈꾸기. 내 뇌를 들여다보긴 힘들어도 가만 앉아 최소한 전두엽에서 지나가는 파편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절반은 언어 나머지 절판은 시각과 청각 정보가 아닐까 싶다. 언어가 사유를 지배한다는 멋진말이 아니라도 감독도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헵타포드들의 사유를 상상하고 깨닫는 일이 아닐까?
시각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다. 화려한 속도감의 SF가 아닌 은은하고 절제된 SF가 오히려 더 설득력을 더한다. 배경으로 목초지를 선택한 것은 탁월했으며 화면에 먹음은 습기와 우주선의 질감 등 기체, 고체, 액체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느끼게 해준다. 옥의 티는 헵타포드의 질감인데 안개를 뿜어 가려주시는 센스를 보니 감독도 만족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상상력이 시각정보를 만났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가 오는지 확인했다. 감독의 전작인 <시카리오>에서 반복되는 탑뷰가 인상적이 듯이 눈이 즐겁다.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영화가 개봉하기 전 원작소설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해 오랫만에 추천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듣고 상상한 내용을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했다. 외계인이 언어(문자)를 표현하는 방법은 상상과 유사했다. 하지만 가루를 뿌리는 것 같은 질감은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생략된 변분(variation)이 기본 사고체계인 외계인.., 미·적분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금기어인가 보다.
시간의 개념이 우리와 다른 햅타포드에게 시작과 끝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이 없다면 길이나 공간은 어떤식으로 인식할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영원의 존재이거나 공간의 시작과 끝의 개념도 없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일까를 생각해 본다. 갑자기 종영된 도깨비가 떠오르는 말이다. 영화상에서는 개체가 존재하기 도깨비같은 존재는 아닐 듯 싶다.
그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차원(Dimension)’에서 우리 우주로 ‘투사(Projection)’되어 보이는 결과물이지 본질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차원의 사고체계에서 고차원의 사고체계를 투영하기 때문에 ‘예지’능력으로 보이는 것이지만 본질은 상상불가능 영역일 수 있다. 어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체계가 비언어적 사유가 90%이고 언어가 담당하는 부분이 10%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간에 대한 그들의 사유체계는 비언어로부터 나왔을 것이고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이 인간의 사유체계를 변형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아니면 본래 예지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사유체계을 조금 더 근사치에 가깝게 인지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조금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면 시간은 물질 상태 변화의 결과다. 물질이 존재하지 않으면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인식한다는 것은 막대한 정보의 양을 한꺼번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는 물질적인 존재로서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를 인식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마치 양자정보(무한 공간의 가능성의 정보)를 고전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처럼. 또한 미래도 함께 인식한다는 것은 ‘인과론(causality)’에 근거한 사유체계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자연법칙의 인과론은 심하게 도전받으며 받으들여지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존재의 사유체계를 가정하면 우리의 지식으로 가늠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서 재미를 느낀다.
생각이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도서관에서 원작인 <당신인생의 이야기>를 빌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영화 때문인지 예약까지 끝난 상태여서 빌리지 못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작가인 테드창은 예상대로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휴고상을 몇 번 받은 SF작가다. 흥미가 생겨 재빨리 장바구니에 넣고 다른작품을 검색한 후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를 도서관에 대출신청 해놓는다. 안그래도 일전에 흥미를 가지면서 보았던 제목이었는데 SF일줄은 몰랐다.
추천을 통해서 본 영화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모처럼 영화 한편으로 만족스러워 행복하다. 오랫만에 해보는 쓸데없는 생각은 더 즐거웠다. 소소한 즐거움이 오늘도 이어지면 좋겠다. 커피한잔 맛있는 점심과 예상밖의 친구 연락을 기대한다. 아는 지인의 생일이 오늘인 것이 생각났다. 나이듦을 마냥기뻐하진 않겠지만 유쾌하게 축하해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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